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존재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삶을 이어갈 수 있다.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인간의 숙명적 취약점은 ‘서로 돌봄’의 지혜를 일깨웠고,
이러한 호혜적 인간관계가 인류공동체를 성장시켜온 오랜 미덕이었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물질만능주의에 휩쓸려 관계보다는 개인의 욕망을 앞세운 물신의 시장에 허우적거리고 있지는 않은가. 근대자본주의 문명은 인류에게 풍요와 편리를 선사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호혜적 관계를 망가뜨렸고 사람과 자연 간의 생태적 순환 고리를 파괴했다.
관계의 단절로 우리의 삶은 파편화된 채 무한경쟁의 정글로 내몰려 각자도생의 위험한 질주를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후 글로벌 자본이 주도하는 세계화는 철저하게 우리의 삶터를 망가뜨렸다. 경제성장이라는 허울 아래 무차별적 개발과 약탈적 자원남용은 자연환경을 처참하게 파괴하고, 끝내 기후위기와 팬데믹이라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위기상황을 불렀다. 일상이 마비되는 재난적 상황은 사회·경제적으로 쌓여온 모순들을 일시에 표면으로 끌어올린다. 위기 속에서 더욱 소외된 약자들이 경제적 충격과 사회적 공포로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가 늘어났다.
하지만 호혜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적 돌봄이 돈으로 저울질 되는 상품으로 전락하면서 돌봄의 사각지대는 넓어지고 그 그늘은 더욱 깊어졌다. 공적 돌봄을 위탁받은 돌봄 시장은 질보다 양을 앞세우고, 국가는 관리하는 데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한살림은 돌봄이야말로 피폐해진 공동체를 복원하고 상처받은 개인을 치유함으로써 다 함께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밥의 사회화’를 구현하는 또 하나의 길, 돌봄운동의 길을 나선다.
한살림의 돌봄정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돕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한살림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한 삶의 공동체를 추구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전 생애에 걸쳐 존엄을 존중받으며 인권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 돌봄을 실현하고자 한다. 우리는 언젠가 내가 받을 돌봄을, 내가 받고 싶은 돌봄을, 지금 여기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한살림은 누구라도 혼자인 시대에 함께 하는 돌봄을 지향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생산자와 함께 밥상살림, 농업살림을 해온 조합원과 함께, 그리고 한살림 울타리 밖에서 지역과 함께 하길 바라는 지역 주민과 함께, 돌봄의 불평등을 넘어 돌봄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시민과 함께, 지역돌봄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한살림은 돌봄을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소외되지 않은 돌봄 당사자들의 주체성을 바탕으로 한 돌봄을 실천하고자 한다. 시장과 제도가 해결할 수 없고 우리가 주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는 돌봄 제공자도 돌봄 이용자도 만족할 수 있는 안전하고 따뜻한 돌봄 생태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한살림은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우리 삶을 유지하고 지탱시켜주고 있는 자연 생태계에 대하여 돌볼 의무가 있다고 선언하였다. 우리는 인간의 탐욕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동식물과 대지, 하늘, 자연 생태계에 대해서도 돌봄의 일상 속에서 담아내고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